BLOG ARTICLE 사는 이야기/나들이_여행 | 67 ARTICLE FOUND

  1. 2009.10.11 평일 청계산 산행
  2. 2009.10.03 청계산 산행 (화물터미널 ~ 옛골)
  3. 2009.09.30 대모산, 구룡산 야간산행
  4. 2009.09.27 검단산 산행
  5. 2009.09.21 가족등산 - 구룡산
  6. 2009.09.14 삼성산 산행
  7. 2009.09.06 가족등산 - 청계산
  8. 2009.08.30 아차산, 용마산 산행
  9. 2009.08.22 남한산성 나들이
  10. 2009.08.16 처외삼촌댁 방문

금요일은 일 때문에 업체를 방문했다. 담당인 친구와 전날 술을 마시며 별 문제없이 끝나면 청계산 산행을 하기로 했다.

진도는 앞섰으나 어플리케이션이 실행 후 죽는 묘한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최종 생성 파일은 만들고 죽으니 그다지 뻘쭘한 상황은 아니었다. 테스트중에도 마음은 창너머 보이는 산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상황이 끝나고 근처의 중국집에서 짬뽕으로 점심을 때웠다. 친구의 차로 집으로 가서 간단히 등산복으로 갈아 입은 후에 청계산 옛골로 향했다.

친구는 별 준비를 안해온 것 같아 옛골에서 이수봉까지만 올라 가기로 했다. 올라가기 시작할 무렵 내려올때도 이길로 내려 올터이니 이정표를 보고 방향을 바꿔 목배등쪽으로 빠졌다. 평일 낮이라 사람들도 별로 없고 한적하니 좋았다. 노인분들을 제외하고는 회사에서 단체로 온 직장인들이 많았다. 등산을 좋아하시는 사장님들이 많은가 보다.

이수봉만 오르는 산행을 마치고 옛골의 한 음식점에서 동동주와 파전으로 간단히 마무리를 했다. 차를 가져온 친구는 두잔만 마시고 난 동동주에 서울 막걸리 한병을 더 시켜 먹고 나왔다.

양재 IC까지 친구의 차를 타고왔다. 다시 도심으로 와보니 한창 퇴근시간으로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평일에 혼자만 등산복 차림인 내 모습은 마치 이방인과도 같았다. 그 기분을 좀 더 느껴보기 위해 집에까지 걸어 가기로 했다. 걷는 거리는 한 8km쯤 될 것 같으니 큰 부담은 없었다.

양재천을 따라 동쪽으로 걸어가다 오랫만에 찜질방이나 가기로 마음 먹었다. 전화를 걸어 찜질방에서 집사람과 아이와 만나기로 했다.


찜질을 끝내고 선릉역의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와 코코아 한잔씩 하고 집으로 돌아 왔다. 일을 제껴두고 평일에 산을 오르는 자주 할 수 없는 일탈은 신선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자주하면 생계가 위험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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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매기매운탕에 거하게 한잔했더니 아침부터 컨디션이 영 좋지가 않았다. 재준이와 함께 가까운 청계산이나 가기로 마음 먹고 코엑스에 들려 점심용으로 햄버거 두개를 샀다. 버스를 타고 화물 터미널에 내려 산행을 시작했다.

양곡 도매시장을 지나 입구에 있는 등산 안내도다. 이수봉까지 가서 옛골로 내려올라고 하는데 이수봉까지는 지도에 나와있지 않았다. 상당한 거리인데 재준이가 잘 쫓아 와줄지 모르겠다.

1차 목적지인 옥녀봉까지 딱 중간지점이다. 화물터미널에서 옥녀봉까지는 2.6km고 오늘 우리가 걸어야할 길은 13km 정도 되는 것 같다.

처음 휴식한 곳에서 재준이의 여유로운 모습. 오늘 산행 목적이 녀석의 극기훈련에 있음을 아직 모르고 있다. 모르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수봉까지 간다고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옥녀봉에서 내려다 본 과천이다. 흐릿하지만 경마장의 모습도 보인다.

화물터미널에서 옥녀봉까지 2.5km니 매봉까지는 4.75km되는 것 같다. 매봉까지 가도 오늘 오를 거리의 반이 안되는데 녀석은 매봉이 목적지로 알고 있다.

매봉에서 한장.

점심시간이라 매봉 바로 아래에서 가지고 온 햄버거로 점심을 먹었다. 산에서 먹는 햄버거 맛이 일품이라는 녀석.

줄을 타고 올라 오면서 재미있어 하는 재준이. 녀석의 웃음은 이후로는 이수봉까지 볼 수 없었다.

만경대를 향해 올라 가는 길. 이곳은 군부대가 있어 포장이 되어 있다.

슬슬 녀석의 표정이 일그러져 가고 있다.

석기봉에 올라가 보니 커플 한쌍과 바위위에서 아래의 풍경을 내려다 보고 계시는 분까지 세명이 있었다.

도대체 봉을 몇개나 찍고 있냐며 투덜대는 녀석. 오늘 네곳 찍었기 때문에 앞으로 4주는 등산을 안하겠다고 한다. 아들아, 이제 이수봉 한곳만 더 찍으면 된다.

이수봉을 거쳐 옛골로 내려와 늘 가는 할매집을 찾았다. 늘 묵사발이나 묵쌈을 먹었는데 손두부(6,000원) 메뉴가 추가되어 한번 시켜보았다.

힘든 산행을 끝내고 먹는 라면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14,000원으로 둘이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코엑스 서점이나 놀러 갈까 하고 물어 보니, 힘들어서 안간다고 할줄 알았는데 놀러가자고 한다. 이제 슬슬 고통을 이겨내는 재미를 알아 가는 것 같다.

살 책들을 고르고 있는데 누군가 어께를 툭 치는 것이었다. 돌아 보니 같이 아이폰 어플을 만들고 있는 양반이다. 약속을 해서는 일주일에 꼭 한두번 만나지만 이렇게 우연히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우연히 만났으니 그냥 헤어지기도 그렇고 가볍게 맥주나 한잔 하기로 했다. 1500cc로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해도 안졌는데 벌써 두 종류의 술을 마셨다. 집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던 동생과 함께 또 부어라 마셔라 하다가 술에 지쳐 잠이 들었다. 아무래도 술 마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산에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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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맥부기 까페를 운영하고 있는 안소니님과 저번 주부터 대모산 야간산행을 하기로 했다. 약속대로 어제 6시 수서역에서 만나 대모산을 올랐다.

수서역 -> 대모산 정상 -> 구룡산 정상 -> 양재동 하나로 마트로 내려오는 일반적인 코스로 잡았다. 올라 갈때는 해가 질려고 해 서둘러 내려오는 사람들은 몇명 있었지만 같이 올라가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러다 내려 갈때쯤 되니 올라오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모산, 구룡산이 워낙 산보용 산이라 배낭을 멘 등산객 차림의 사람들 보다는 동네 마실 나온 듯 손에 랜턴 하나 들고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모산 정상을 조금 지나 관망대에서 막걸리와 함께 준비해간 간식을 먹었다. 아무도 없으니 관망대를 독점을 하고 있었다.

구룡산 정상에서 한컷 찍어 보았다. 야경이 정말 멋있었는데 5년전 산 모드변경 조차도 없는 똑딱이 카메라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동행한 안소니님이 찍은 사진을 몰래 퍼왔다. 간만에 많이 찍혀 본 것 같다. 올라가는 중간 거래처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때문에 전화가 오고, 재준이한테서 잘 올라가고 있냐고 전화가 왔다. 편한 세상이긴 하지만 산에 있을 때는 좀 전화가 안왔으면 좋겠다.

내려와서는 인근의 호프집에서 마무리를 했다. 땀흘린뒤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는 정말 맛있었다. 양재역까지 걸어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 왔다. 조만간 다시 한번 밤에 또 올라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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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신던 등산화가 이전 구룡산 산행을 마지막으로 운명을 다했다. 군데군데 헤진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왼발의 밑창 쿠션이 다 찢겨져 나가 똑바로 걸을 수가 없게 되었다.

저가를 살까 고가의 등산화를 구입할까 몇일을 고민했다. 그러다 선택한 것은 그냥 국민 등산화라 불리우는 캠프라인의 뉴 애니스톰이다.

청개구리 기질도 있고 남들이 많이 쓰는 제품들 보다는 다소 특이한 제품들을 선호했었는데, 나이가 들어 가서인지 다 귀찮다. 예전 같으면 산에서 나와 같은 등산화를 많이 보게되는 것이 싫었겠지만, 이제는 가격대 성능비 좋고 남들이 많이 선택하는 것이 가장 무난한 것 같다. 산행을 하기전 이젠 다시는 볼 수 없는 반짝반짝한 상태를 남겨 보았다.

포스코 사거리에서 341번을 타면 일반적으로 검단산을 오를때 많이들 선택하는 애니메이션 고교까지 한번에 간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요즘은 근교의 산들을 가기에 대중교통이 너무나 잘되어 있는 것 같다.

애니메이션 고교에서 올라가는 초입부분이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이런 넓고 편한 신장로와 같은 길이 한동안 유지된다.

어느정도 올라가면 조망이 트여 좋은 경치와 함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기분좋게 올라갈 수 있다. 아래로 한강과 팔당대교가 내려다 보인다.

한시간 정도를 오르자 점심때가 되었다. 장소도 협소하고 깔딱고개를 앞에 두고 있었지만, 점심시간이되면 무조건 먹어야 한다. 바위 한귀퉁이에서 컵라면과 밥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했다.

정상을 앞두고 경치 좋은 곳에서 한장. 아버지는 전날 북한산으로 산행을 하셨기 때문에 이번 산행에는 빠지셨다. 집사람은 67세가 되신 어머니 보다도 체력이 부실하니 어찌해야 할까.

산 정상에서는 오랫만에 카메라에 한번 찍혀 보았다. 전날 지나친 음주와 함께 후배가 알려준 온라인 플래쉬 게임에 빠져 새벽 4시반에서야 잠을 자 세시간 밖에 못 잤다. 잠이야 별 상관없는데 술이 완전히 안깨 어머니는 올라 가는 내내 "아고, 술냄새야"하며 불평을 하셨다.

사실 검단산은 나에게 조금 의미가 있는 산이다. 20년전 6개월 정도 이곳에 있었고, 일주일에 두세번은 정상의 핼기장을 올랐다.

오늘 올라온 길은 처음이지만 산곡초등학교쪽의 등산로는 매우 익숙한 길이다. 하지만 세월이 너무나 많이 지났다. 하산길에서 산곡초쪽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아무 생각없이 아래배알머리 쪽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통의 편의를 위해 다시 애니메이션고쪽으로 내려 가기 때문에 내려가는 길은 등산객이 별로 없이 한산하고 길도 작은 오솔길 같아 좋았다.

몇달전만 하더라도 급경사를 만나면 힘들어 하던 재준이도 이젠 힘들어하는 기색없이 잘 오르고 내려간다. 산동무 만들기 프로젝트가 성공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다음 술동무 만들기 프로젝트는 더 쉽게 적응할 것으로 생각된다.  

저녁은 집근처로 와서 명동칼국수집을 찾았다. 이집은 인근 음식점중에서 최고의 인심을 자랑한다. 가격도 선릉역 부근에선 괜찮은 편인 5,000원인데, 무지막지한 양을 자랑하는데다 커다란 만두까지 하나 들어 있어 성인남자도 깨끗이 비우기가 힘들다. 사리추가와 공기밥도 공짜다. 2만원짜리 보쌈 소를 하나 시켰는데 커다란 그릇에 국물이 1인당 하나씩 나왔다. 보쌈 역시 양도 많고 과연 인심 하나는 끝내준다고 할 수있겠다. 맛도 괜찮으니 이집은 안주빨이 쌘 친구들과 저렴하고 배부르게 먹기에 적당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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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 토요일도 어김없이 등산을 갔다. 재준이가 학교 갔다가 친구네 집에 들렀다 오는라고 출발이 늦어 가까운 구룡산을 가기로 했다. 높이가 283미터의 낮은 산이지만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서울시의 경치는 꽤 볼만하다.


개포동에서 올라가 구룡산 정상을 지나 능인선원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바로 옆의 대모산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편한 산이라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계셨다.

거리가 짧기 때문에 운동겸 해서 망원경을 배낭에 넣어 올라 갔다. 아버지가 쓰신던 것으로 3대째 내려오는 것인데, 재준이는 망원경이 신기한 듯 계속 여기저기를 흩어 보았다.

나는 이제 망원경이란 것이 신기할 게 없으니 핸드폰으로 사진 몇장만 찍었다.

내려 와서는 집 근처의 생태탕 집을 찾았다. 두번째로 가는데 처음 갔을 때의 좋은 인상과는 달리 앞으로는 갈 일이 없을 것 같다.

안주로 꼬막과 산낙지를 시키기 위해서, 먼저 생태탕 2인분과 갈치조림 2인분을 시켰다. 5명이서 4인분을 시키니 아주머니가 뒤이은 주문은 들어 보지도 않고 안색이 급하게 바꼈다. 물론 추가로 꼬막과 산낙지를 시켰더니 다시 화색이 돌았다.

생태탕이 나왔는데 저번에 왔을 때는 한사람당 한마리였는데, 이번에는 두사람당 한마리라고 하였다. 음식점에서 따질게 뭐 있나 그냥 먹고 다음부터 안가면 되지. 집에 배낭을 풀어놓고 몸도풀고 샤워도 할겸 찜질방을 갔다. 요즘 사람이 없는 것은 좋지만 이러다 망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갈수록 주위에서 사우나와 찜질방을 보기가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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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가족들과 함께 삼성산을 찾았다. 서울대입구에서 내려서 버스타는 줄을 보니 오늘도 사람구경은 원없이 하다 내려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스를 완만한 곳으로만 잡아 올라가는데 모두 큰 무리는 없었다. 대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에게 섞여 줄지어 거의 자동으로 올라 간 느낌이다. 가능한 토요일날 산행을 하는 것이 그나마 사람구경을 덜하는 길일 것 같다.

내려 와서 계곡에서 지친 발을 잠깐 쉬도록 했다. 내 발과 재준이 발인데 이제 거의 내 발만 하다. 짧고 뭉등한 내 발과 닮지 안기를 바랬지만 어쩔수 있나.

산에서는 집에서 싸간 김밥, 유부초밥과 빈대떡으로 점심을 먹었다. 선릉역에 내려보니 네시로 어중간한 시간이었다. 그냥 강서면옥에서 냉면과 빈대떡, 만두로 끼니를 때우고 나중에 배고픈 사람들은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던지 알아서 때우기로 했다.

산행자체는 큰 무리가 없었지만 내려와서 서울대입구에서 지하철 역까지 걸어간 것 때문에 이번 산행 후에 다들 녹초가 되어버린 것 같다. 기분 탓인지 산을 다니는 것 보다 도로를 걷는 것이 더 피로가 오래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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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주 가족 모두 토요일이면 산을 찾고 있고, 어제도 예외없이 청계산으로 갔다. 재준이가 학교를 가는 토요일이라 점심을 먹고 출발해 옛골로 올라갔다 같은 곳으로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내려와서는 산에서 감자등의 간식을 먹었기 때문에, 할머니 막걸리집에서 저녁겸 가볍게 막걸리를 마시기로 했다. 할머니는 작년말에 왔는데 재준이와 나를 기억하셨다. 다섯명이기 때문에 묵쌈(5,000원), 묵사발(5,000원), 라면(3,000원)의 이집 메뉴 전체를 다시켰다.

아버지가 고령이시라 등산시 조금 걱정되기는 하지만, 같이 땀을 흘리고 걸으면서 가족들간의 유대관계는 더욱 좋아지는 것 같다. 다만 유즘 등산열풍으로 서울근교의 산들이 감당할 수없을 정도의 등산객들 때문에 견디기 힘든것 같은데, 나 역시 이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등산시 더욱 조심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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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가족들과 아차산과 용마산을 갔다 왔다. 전날 양주까지 심하게 마셔 오전까지도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와중에 약속이있어 비몽사몽간에 미팅을 하고 나와 근처의 중국집에서 짬뽕으로 해장을 했다.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 올라갈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산은 최고의 해장이다라는 믿음으로 무리해보기로 했다.

5호선 아차산역에서 내려 아차산을 올라가기 시작해 용마산 정상을 갔다가 7호선 용마산역으로 내려와 집으로 왔다. 어린시절 자주 올라가서 놀던 산들이지만 이젠 내 흐릿한 기억과는 완전히 달라진 주변환경들로 인해 처음 올라가는 산 같은 느낌이었다.

아차산/용마산 산행은 등산보다는 시골길을 걷는 느낌이 들정도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올라 갈 수 있도록 등산로가 잘 되어 있었다. 낮은 산이기는 하지만 한눈에 서울과 하남, 구리시등의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요즘 내 최고의 산행 파트너인 재준이.

내려서는 압구정동에 있는 강서면옥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아버지가 직장다니실 때 이집의 본점에서 자주 냉면을 드셨다고 했다. 일단 빈대떡을 시켜서 소주한잔 했는데, 막상 안주용 빈대떡 보다는 젓갈이 많이 들어간 김치가 입맛에 맞아 안주로 다 먹고 한접시 더 부탁했다.

드디어 나온 평양냉면. 부드러운 면과 순하지만 깊은 국물맛으로 역시 맛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는 짬뽕과 냉면, 면으로만 끼니를 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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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부터 이번 토요일에는 남한산성으로 등산을 가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어제 이 이야기를 들으신 아버지와 어머니도 같이 가자고 하셔서 방학을 맞아 놀러 온 조카 주희까지 같이 가기로 했다. 등산에서 나들이로 계획이 변경되는 순간이었다.

집 근처에 마천동 남한산성 입구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있기 때문에 마천동에서 올라가 서문을 지나 남문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조금 덜 경사진 편한 코스로 갔는데 한 30분쯤 올라가니 등산을 자주 하시는 아버지는 괜찮지만 어머니와 조카 주희가 많이 힘들어해 계곡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그동안 단련된 재준이에게는 이정도는 소풍이라 연신 싱글벙글하였다.

출발부터 한시간 조금 못되게 오르니 서문에 도착했다. 야경 사진 찍는 분들이 애용하는 서문에서 내려 보는 서울은 왜 조상들이 수도를 이곳으로 정했는지 알 수 있다.

잠깐 앉아서 가지고 온 부침개와 샌드위치로 요기를 했다.

수어장대를 둘러 보고 내려 오기로 했다. 뭔가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어머니와 주희한테는 이정도가 딱 정당한 것 같다. 다음 기회에 빡세게 다녀봐야 겠다.

남문쪽에서 내려와서는 주먹두부로 유명한 오복 손두부 집을 찾았다. 배가 아직 꺼지지 않아 주먹두부와 순두부 백반 2인분을 시키고 동동주 한그릇을 먹고 나왔다. 다해서 2만 2천원이니 저렴하게 한끼를 때웠다.

지하철을 타고 내려서 요즘 자주 가는 집 근처의 커피 볶는 집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나들이를 마무리 했다. 이 집의 좋은 점은 커피도 맛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른 종류의 커피를 서비스로 준다는 점이다.

등산이라고 갔다 왔지만 선릉 한바퀴를 돈 듯한 이 기분. 하지만 3대가 모처럼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데 만족해야 겠다. 문득 어린시절 놀이터였던 용마산과 아차산을 가고 싶어졌다. 조만간 한번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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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은 용인 백암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 처외삼촌댁으로 놀러 갔다. 사위들에게 몸보신 시켜준다고 내려 오라고 하셔서 다 같이 내려갔다. 백암은 순대국이 유명한 곳이지만 가는길에 짬뽕이라고 쓰여 있는 허름한 중국집 하나가 눈에 들어 왔다. 일행이 없었다면 아마 들어 가서 먹어 보았을 것이다.
집 문앞에서 찍어 보았는데 색다를 것 없는 한적하고 조용한 전형적인 우리나라 시골의 모습이다.
마당에 들어서자 오늘의 주인공 보신탕이 한창 끓고 있었다. 주위에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보신탕을 먹기는 하지만 비싸다고 생각되기에 자주 먹지는 않는다.

끓고 있는 동안 옥수수와 호박을 따러 밭으로 나갔다. 사십년이 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옥수수를 따보는 것 같다. 먹을 때는 몰랐는데 직접 따서 껍질을 벗겨 보니 참으로 신기한 식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얼마 안있었는데 뙤약볕이라 땀도 많이 나고 수풀 사이를 헤쳐 다니는라 더러워져 마당에서 등목을 했다. 지하수라고 하던데 정말 얼음 같이 차가왔다. 아무도 없었으면 샤워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히 들었다.

마루로 들어 가니 고기와 함께 한상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아래의 모든 채소들이 직접 재배한 것들이니 웰빙식탁이 따로 없었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입에 안 맞을 수도 있다고 하시던데, 평소 집에서 그렇게 먹기 때문에 내 입에는 아주 맛있었다.
사실 개고기는 수육보다는 전골로 먹는 제대로 먹을지 모르는 스타일이라 막상 고기 보다는 반찬들이 더 맛있었다. 마지막으로는 국물을 내오셨는데 흔히 이야기 하는 진국이란 말이 떠오를 정도로 맛이 깊고 개운했다. 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가축들을 구경하러 밖으로 나갔다.

이전에는 50마리 정도의 소를 키웠는데 지금은 사료값이 올라 이윤이 남지 않아 다 팔고 열마리 정도만 남아 있었다. 한켠을 보니 시커먼 당나귀 한마리가 있었다. 그러다 위쪽을 보니 조랑말 한마리가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쓰다 듬어 볼려고 접근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근육과 발굽이 장난 아니어서 겁이 났다. 외삼촌께 만져도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가까이 가서 만져보았다. 이전에는 큰 말이 있었는데 체고가 높아 낙마시 심한 부상을 입게되고 조랑말이 체력이 좋아 오래 달릴 수 있기 때문에 조랑말로 바꾸셨다고 한다.

겁도 없이 탔던 재준이는 5초간 아주 약한 로데오를 한 후에 넋이 나간채로 내려왔다. 묶여있었지만 확실히 무모한 행동이었다. 평소 작고 우습게 생각한 조랑말이지만 직접 대면해 보니 인간은 상대도 안되는 힘과 기운이 느껴졌다.

소도 쓰다듬어 볼려고 했는데 이 거구가 내 손길을 피한다. 짚단을 주면 혀를 내밀어 먹고 만져 볼려면 귀찮다는 듯이 냉큼 몸을 피한다. 당나귀는 매우 유순한 것 같다. 외삼촌께 "당나귀는 굉장히 순한 것 같던데요" 하니 말씀하시길 "걔는 거의 바보고..."

개와 닭들도 있었지만 거대한 동물들을 만져보고 눈앞에서 구경하는라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오늘 하루 경험해 본 시골은 평화롭고 정이 넘치고 목가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주 잠깐씩의 경험이었지만 농사를 짓는 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을 조금은 알고 있다.

바쁘신 와중에 불러 주셔서 맛있는 음식들로 대접해 주신 처외삼촌과 외숙모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말씀처럼 사람은 자꾸 봐야 정도 쌓이니 자주 뵐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 그러고 보니 부산에 계신 외가집 식구들을 못 뵌지도 오래된 것 같다. 빨리 시간을 만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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