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부터 이번 토요일에는 남한산성으로 등산을 가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어제 이 이야기를 들으신 아버지와 어머니도 같이 가자고 하셔서 방학을 맞아 놀러 온 조카 주희까지 같이 가기로 했다. 등산에서 나들이로 계획이 변경되는 순간이었다.

집 근처에 마천동 남한산성 입구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있기 때문에 마천동에서 올라가 서문을 지나 남문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조금 덜 경사진 편한 코스로 갔는데 한 30분쯤 올라가니 등산을 자주 하시는 아버지는 괜찮지만 어머니와 조카 주희가 많이 힘들어해 계곡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그동안 단련된 재준이에게는 이정도는 소풍이라 연신 싱글벙글하였다.

출발부터 한시간 조금 못되게 오르니 서문에 도착했다. 야경 사진 찍는 분들이 애용하는 서문에서 내려 보는 서울은 왜 조상들이 수도를 이곳으로 정했는지 알 수 있다.

잠깐 앉아서 가지고 온 부침개와 샌드위치로 요기를 했다.

수어장대를 둘러 보고 내려 오기로 했다. 뭔가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어머니와 주희한테는 이정도가 딱 정당한 것 같다. 다음 기회에 빡세게 다녀봐야 겠다.

남문쪽에서 내려와서는 주먹두부로 유명한 오복 손두부 집을 찾았다. 배가 아직 꺼지지 않아 주먹두부와 순두부 백반 2인분을 시키고 동동주 한그릇을 먹고 나왔다. 다해서 2만 2천원이니 저렴하게 한끼를 때웠다.

지하철을 타고 내려서 요즘 자주 가는 집 근처의 커피 볶는 집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나들이를 마무리 했다. 이 집의 좋은 점은 커피도 맛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른 종류의 커피를 서비스로 준다는 점이다.

등산이라고 갔다 왔지만 선릉 한바퀴를 돈 듯한 이 기분. 하지만 3대가 모처럼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데 만족해야 겠다. 문득 어린시절 놀이터였던 용마산과 아차산을 가고 싶어졌다. 조만간 한번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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