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토요일에는 모임의 몇분들과 청계산을 갔다. 원터골에서 올라 이수봉을 지나 옛골로 내려 올려고 했는데 일행중에 80대 몸을 가진 분이 계셔서 매봉만 갔다가 옛골로 내려왔다. 덕분에 그동안 다니면서 한번도 안가본 새로운 길로 내려와 봤다.

재준이와 갔으면 벌써 내려올 시간에 중간도 못가서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었다. 내려 가서 정식으로 먹을려고 별 준비도 안해 갔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밑반찬 좀 준비해 갔는데... 원터골 입구에서 산 청계산 다시마 김밥과 함께 막걸리, 소주를 마셨다. 

가끔 산에 가기는 하지만 이런 단체사진은 참 오랫만에 찍어 보는 것 같다.

옛골에서 오랫만에 찾은 할머니 막걸리집. 회비로 만오천원을 걷었는데 대부분 남았다. 총무도 오셨으니 자동으로 이월.

양재동으로 와서 2차로 주점을 갔다. 여기서는 사진중독님이 화끈하게 쐈다.

아무리 쌀쌀한 날씨에 낮은 산이지만 땀 한방울 안흘린 산행. 산행이라기 보다는 유람이었던 것 같다. 유람도 좋지만 배낭 메고 있을 때는 술을 좀 자제해야겠다. 등산 갔다가 택시 타고 집에 온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뭔가 아쉬운게 있어 요번 주말에는 좀 멀리 나가 볼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집에 있기로 했다. 책이나 보다 수영이나 한번 갔다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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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청계산에서 과천의 서울동물원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양재동 화물터미널에서 오르기 시작하는데 덥고 습한 날씨에 바람 한점 없으니 상쾌한 산행은 아니었다.

며칠 전 태풍의 영향으로 곳곳에 나무들이 뿌리채 뽑혀 넘어져 있었다. 이번 태풍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옥녀봉에서 서울대공원으로 내려가는데 역시 태풍 때문에 길이 엉망으로 되어 있어 잠시 헤매다가 다시 길을 찾았다. 약간 늦은 시간에 올랐기 때문에 점심시간에 맞출려고 속도를 내서 내려왔다.

산을 내려와 다시 동물원을 향해 오르는 길. 이길은 늘 우리만 차없이 걸어 다니는 것 같다.

동물원에 도착해서 먼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컵라면을 먹을려고 했는데 파는 곳을 찾을 수가 없어 햄버거로 때웠다.

배도 부르고 휴식도 취했고 이제 슬슬 동물원을 둘러 보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산양인 것 같던데 쟤들은 비가 오던가 말던가 별 신경도 안쓰는 것 같고...

우린 근처 휴게소에서 비가 줄어 들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놀면 뭐하나 캔맥주나 한잔.

과천 동물원에 오면 꼭 봐야할 시베리아 호랑이. 거대하고 용맹스러운 강하고 아름다운 동물중 하나다.

가격대비 최고의 볼거리인 돌고래쇼. 내용이 바뀌기 때문에 갈때마다 봐야 한다. 쇼에 나오는 물개와 돌고래도 그렇고 비록 동물원에 있지만 동물들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고 경이롭다.

선릉역에 내려서 조금 쉬고 커피나 한잔 하기 위해 커피 볶는 집을 찾았다. 재준이가 치즈케익을 사달라고 했는데 곧 저녁 먹을 때라 망설이다 오늘 고생도 많이 했으니 그냥 하나 시켜주었다.

다음에는 내려와서 과천과학관이나 한번 들려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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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을 하루 앞둔 저번주 토요일은 느즈막히 일어나 밥을 먹고 오랫만에 청계산으로 향했다. 짧은 연휴기간 동안 그나마 술마시는 것외에 다른 뭔가나 하나 해볼려고 눈발이 조금 날리지만 아들녀석을 데리고 화물터미널에서 올랐다.

옥녀봉에서 내려오는길. 막걸리 아저씨가 샘을 잘못하여 뜻하지 않게 두잔을 마셨더니 속은 든든하였다.

올라가다 본 양재쪽의 풍경. 우면산과 구룡산이 양쪽으로 귀엽게 자리잡고 있다.

반대편으로는 관악산이 보인다. 다음주는 저기나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라 나뭇잎들이 없으니 올라가는 종종 정상을 볼 수가 있었다. 정상에서 이수봉으로 가서 옛골로 내려오기로 대충 마음 먹었다.

매봉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눈꽃과 멋진 경치들로 인해 짧게 느껴졌다.

매봉에서 내려오는 길. 근처에서 가지고 간 간식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었다.

석기봉으로 가는중에 시계를 보니 벌써 3시가되었다. 집사람과 저녁 먹기전에 찜질방을 가기로 했는데 약속을 못지킬 것 같아 전화를 하고 석기봉까지만 가고 내려가기로 했다.

석기봉에서 옛골로 내려오는 포장길. 아이젠을 빼고 미끄럼을 타며 내려갔다.

도로 중간에 눈과 얼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큰 나무가 꺾여있는 모습을 보았다.

옛골로 내려와선 오랫만에 할머니 막걸리집에 들려 두부와 라면을 먹었다.

집에와선 동생과 함께 마시고... 다음 설날은 큰집 가서 마시고...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장 가서 또 마시고... 그 다음날은 동서들과 함께 또 마시고... 3일 연휴는 청계산 나들이를 제외하면 술과함께 순식간에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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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청계산에서 경기대로 내려가는 코스가 있어 토요일 산행후에 근처에 사는 친구와 만나 한잔하기로 했다. 전날 과음으로 일찍 잠들었더니 새벽 1시반에 눈이 떠졌다. 다시 잠도 안오고 낭패다. 영화 한편보고 일찍 갔다 일찍 오자라는 마음으로 대충 챙겨 집을 나섰다.

아침을 먹기위해 선릉 근처의 24시 설렁탕집을 찾아 해장국을 시켰다. 5시가 조금 늦은 시간인데 아직도 술자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르기전 너무 거하게 먹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재동의 화물터미널에서 내려 시간을 확인해보니 7시가 조금 넘었다. 옥녀봉에 도착하니 배에서 슬슬 신호가 왔다. 참고 석기봉 근처의 화장실까지 가서 볼일을 보기로 했다. 신발끈이 느슨하고 밀림으로 보행이 간혹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귀찮고 걷는걸 멈추기도 그래서 그냥 갔다. 난 이 기본을 지키지 못한 죄로 나중에 합당한 고통을 치룬다.
 
화장실을 가겠다는 일념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없이 무작정 가고 있는데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안개가 끼고 길들이 낙엽으로 뒤덮혀 있어 길을 잘 못든것이었다. 꽤 벗어난 것 같은데 오늘은 목적지가 확실하므로 다시 되돌아 가는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없어 문득 여기서 볼일을 볼까 하는 흑심이 들었지만, 가다보면 화장실이 있고 대충 참을만 하니 그냥 가기로 했다.

저멀리 목적지인 화장실이 보인다. 시원하게 일을 끝내고 이수봉을 향해 갔다. 이수봉에서는 청계산을 다니며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국사봉을 향했다. 국사봉에 도착해서는 가야할 곳인 하오고개와는 반대로 길을 잡고 내려왔다. 내려와보니 인터넷에서 잠깐 봤던 풍경과는 틀렸다. 표지판을 놓쳤나 해서 산을 다시 되돌아 올라 가보고 이쪽으로도 가보고 저쪽으로도 가보고 했지만, 확실히 잘 못내려 왔다는 것을 알았다.

큰길로 내려와서 돌아다니다 근처의 상인들에게 바라산이 어디로 올라가는지 물어봤지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광교산 방향을 물어보고 일단 그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 표지판들을 보니 이곳은 행정구역상으로는 분당이었다.

걸어가다 보니 운중터널이 나왔다. 이 근처에서 한 아저씨에게 바라산을 물어보니 친절히 길을 알려주신다. 걸어 가기에는 조금 멀고 2.5km 정도 된다고 하셨지만, 2.5km라도 남은 것은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집에와서 확인해 보니 그곳에서 서광사까지는 5.5km 정도였다.

분명히 알려준대로 갔고 2.5km를 더 지난 것 같은데 바라산의 '바'자도 보이지를 않는다. 또 잘못온건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한시간여를 걸어가니 드디어 바라산의 팻말이 보였다.

이젠 다왔다고 생각했는데 가도가도 등산로는 보이지를 않는다. 아저씨한분께 물어보고 바라산의 위치는 파악했다. 올라가야할 길에는 큰집들이 가로막고 있고 길이 있을 것 같아 가볼려고 하면 '개인사유지,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보였다. 그래 절에는 올라가는 길이 있겠지 하고 팻말에서 본 서광사로 가보기로 했다.

산길을 가야되는데 두시간 넘게 아스팔트 길을 걷고 바라산은 오르기는 커녕 바라만 보고 있으니, 털썩 주저앉아 아까 길 물으면서 매점에서 산 맥주한캔을 마시며 잠쉬 쉬어본다. 다행히 서광사 윗쪽으로 '등산로'란 팻말을 발견하고 오르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올라가 꽤 큰길이 나왔는데도 사람들이 보이지를 않는다. 혹시 바라산이 아닌거 아닐까? 아니면 정상에서 확 떨어져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렵게 찾아 올라간 바라산 정상. 올라오는 동안 무릎의 통증을 느꼈다. 걸음이 이상하고 아스팔트길을 오래 걸어서인 것 같다. 아직 "바라산->백운산->광교산->형제봉->경기대"까지 한 십몇키로는 더 가야될 것 같은데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밑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있고, 길도 확인 안하고 지도조차 안가지고 오고, 무릎보호대나 스틱도 안가지고 온 나의 안일함은 벌을 좀 받아야 할 것 같다.

백운산에 도착할즈음 되니 무릎으로 인해 걷는 자세가 엉거주춤 말도 아니다. 일단 앉아서 양말을 갈아신고 그제서야 신발끈을 조절했다. 그래 나 같이 성의없는 놈은 아파도 싸다 싸. 일단 고통을 완화한다는 구실로 막걸리 한사발을 사서 마시고 광교산으로 출발했다.

가다보니 사거리가 나왔다. 경기대를 바로 갈수 있는 형제봉 이정표도 보였다. 정상이랑 반대방향인데 그러면 정상을 갔다가 다시 되돌아 와야 한다는 것이다. 상태도 안좋으니 형제봉으로 바로 갈까 하는 유혹도 있었지만 그래도 정상은 보고 가기로 했다.

혼자 다니는데다 날씨도 안좋으니 찍을 것이라고는 이런 것밖에 없다. 게다가 옆에 사람이 안비켜주면 딱 글씨만 찍는 수밖에 없다. 내려오면서 생각을 해보니 아무래도 그 사거리를 지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려오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정상까지 가야 형제봉을 갈 수 있다고 한다. 오늘은 무슨 마가 꼈는지 분명히 내눈으로 이정표를 봐놓고 형제봉을 진입하는 코앞에서 방향을 바꿔 다시 정상쪽으로 갔다. 괜히 정상만 두번갔다 내려왔다.

형제봉에 도착하니 비까지 오기시작한다. 우비는 없었지만 바람막이 자켓으로 갈아 입고 다시 길을 걸었다.

광교산 정상만 가면 거기서 경기대까지는 가까운지 알았는데 거리가 꽤 멀었다. 무릎이 갈수록 시큰거린다. 내 몸 아픈데 체면이 뭐가 필요 있나 짬짬히 뒤로 걸어 내려왔다. 경기대 근처를 앞두고 해가진다. 그나마 렌턴까지 안가지고 갔으면 참 재미있었을 것이다.

랜턴을 안가지고 온 아저씨를 만나 같이 내려가다 보니 갈려던 최종 목적지인 '반딧불이 화장실'이 나왔다. 담배 하나 꼬나 물고 곰곰히 반성해본다. 아무리 근교의 낮은 산들이지만 "옥녀봉->매봉->석기봉->이수봉->국사봉->하오고개->바라산->백운산->광교산->형제봉->반딧불이 화장실"의 코스만 외우고 지도도 안가지고 오고, 위치도 제대로 파악도 안하고 무작정 길을 나선 벌을 받은 것 같다. 산행을 했는데 오히려 일반도로를 많이 걷고 그곳을 걸으며 느꼈던 것이 많은 것 같다. 나중에 제대로 준비해 올바른 길로 다시한번 가보아야 겠다.

다시 경기대 후문쪽으로 나가 친구와 지인을 만나니 맛있는 장어를 거하게 한잔 사준다. 사실 난 따끈한 짬뽕이나 라면이 간절히 생각났다. 2차로 맥주를 마시고 11시쯤 지하철에 몸을 실으니 "집떠나면 고생"이란 말이 생각났다. 집에와서 다시 맥주를 한잔한 후에, 잘려고 시계를 보니까 새벽 1시다. 술약속 지킬려고 24시간을 안자고 무슨 헛짓을 하고 다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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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토요일로 가족산행이 있는 날이었다. 아버지는 전날 설악산으로 가시고 남은 가족들끼리 청계산을 오르기로 했다. 어머니도 같이 가시니 힘든 산행보다는 화물터미널에서 옥녀봉까지만 오르고 과천 현대미술관으로 내려와 구경이나 하는 유람을 하기로 했다.

옥녀봉으로 오르는 길. 추석 전날도 와본 길이고 오늘은 얼마 가지 않는 다는 것을 아는 재준이의 표정이 여유롭다. 옥녀봉을 오르자 녀석이 만경대까지 가고 싶다고 한다. 나도 솔깃해서 망설였지만 어머니때문에 더이상 무리를 안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후일을 기약했다.

옥녀봉에서 대공원쪽으로 내려 오는 길의 시작부근에서 가지고 간 김밥과 감자로 점심을 해결했다.

내려오는 길의 전망 좋은 바위에서 한장. 이제 덩치가 엄마와 비슷하다.

조금 더 내려오니 전망이 아주 좋은 곳이 있었다.

대공원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초반 약간 위험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 위와 같이 평탄하고 산보로 걷기에 아주 좋은 길들이 이어졌다. 내려와 도로로 2km정도 걸어 국립미술관쪽으로 향했다. 사실 국립미술관으로 바로 내려 올려고 했는데 정확한 길을 모르고 가족들이 있어 큰길을 택했다. 저번엔 방향만 보고 길도아닌 숲을 헤치며 내려왔는데 언제쯤 청계산에서 현대미술관을 제대로 내려올까 모르겠다.

차로 갔을 때는 금새였는데 돌아 가는 길이 제법 멀었다. 나야 뭐 상관없지만 가족들한테 미안했다

미술관에 도착하니 천국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냉커피 한잔씩 마시며 피로를 풀었다.

어느정도 쉬고 난 후에는 미술관을 둘러 보았다. 재준이는 저 표정이 내가 화났을 때의 표정을 패러디 했다고 한다. 반성하자.

팔자에도 없는 그림들과 조각등을 구경한 후에 2층 테라스에서 잠시 쉬었다. 재준이와 집사람은 조금 더 전시물을 둘러 보고 어머니와 나는 밖에서 다시 휴식을 취했다.

지하철역 앞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기로 했다. 오댕과 떡뽁이, 소라와 함께 막걸리를 마셨다.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오랫만에 먹은 소라. 앉아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에 지하철을 타러 내려갔다.

집앞의 커피뽂는 집에서 다시 시원한 냉커피 한잔하고 들어 갔다. 모두 피고한고 배도 부르기 때문에 저녁은 간단히 라면을 끓여 먹고 일찍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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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은 일 때문에 업체를 방문했다. 담당인 친구와 전날 술을 마시며 별 문제없이 끝나면 청계산 산행을 하기로 했다.

진도는 앞섰으나 어플리케이션이 실행 후 죽는 묘한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최종 생성 파일은 만들고 죽으니 그다지 뻘쭘한 상황은 아니었다. 테스트중에도 마음은 창너머 보이는 산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상황이 끝나고 근처의 중국집에서 짬뽕으로 점심을 때웠다. 친구의 차로 집으로 가서 간단히 등산복으로 갈아 입은 후에 청계산 옛골로 향했다.

친구는 별 준비를 안해온 것 같아 옛골에서 이수봉까지만 올라 가기로 했다. 올라가기 시작할 무렵 내려올때도 이길로 내려 올터이니 이정표를 보고 방향을 바꿔 목배등쪽으로 빠졌다. 평일 낮이라 사람들도 별로 없고 한적하니 좋았다. 노인분들을 제외하고는 회사에서 단체로 온 직장인들이 많았다. 등산을 좋아하시는 사장님들이 많은가 보다.

이수봉만 오르는 산행을 마치고 옛골의 한 음식점에서 동동주와 파전으로 간단히 마무리를 했다. 차를 가져온 친구는 두잔만 마시고 난 동동주에 서울 막걸리 한병을 더 시켜 먹고 나왔다.

양재 IC까지 친구의 차를 타고왔다. 다시 도심으로 와보니 한창 퇴근시간으로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평일에 혼자만 등산복 차림인 내 모습은 마치 이방인과도 같았다. 그 기분을 좀 더 느껴보기 위해 집에까지 걸어 가기로 했다. 걷는 거리는 한 8km쯤 될 것 같으니 큰 부담은 없었다.

양재천을 따라 동쪽으로 걸어가다 오랫만에 찜질방이나 가기로 마음 먹었다. 전화를 걸어 찜질방에서 집사람과 아이와 만나기로 했다.


찜질을 끝내고 선릉역의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와 코코아 한잔씩 하고 집으로 돌아 왔다. 일을 제껴두고 평일에 산을 오르는 자주 할 수 없는 일탈은 신선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자주하면 생계가 위험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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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매기매운탕에 거하게 한잔했더니 아침부터 컨디션이 영 좋지가 않았다. 재준이와 함께 가까운 청계산이나 가기로 마음 먹고 코엑스에 들려 점심용으로 햄버거 두개를 샀다. 버스를 타고 화물 터미널에 내려 산행을 시작했다.

양곡 도매시장을 지나 입구에 있는 등산 안내도다. 이수봉까지 가서 옛골로 내려올라고 하는데 이수봉까지는 지도에 나와있지 않았다. 상당한 거리인데 재준이가 잘 쫓아 와줄지 모르겠다.

1차 목적지인 옥녀봉까지 딱 중간지점이다. 화물터미널에서 옥녀봉까지는 2.6km고 오늘 우리가 걸어야할 길은 13km 정도 되는 것 같다.

처음 휴식한 곳에서 재준이의 여유로운 모습. 오늘 산행 목적이 녀석의 극기훈련에 있음을 아직 모르고 있다. 모르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수봉까지 간다고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옥녀봉에서 내려다 본 과천이다. 흐릿하지만 경마장의 모습도 보인다.

화물터미널에서 옥녀봉까지 2.5km니 매봉까지는 4.75km되는 것 같다. 매봉까지 가도 오늘 오를 거리의 반이 안되는데 녀석은 매봉이 목적지로 알고 있다.

매봉에서 한장.

점심시간이라 매봉 바로 아래에서 가지고 온 햄버거로 점심을 먹었다. 산에서 먹는 햄버거 맛이 일품이라는 녀석.

줄을 타고 올라 오면서 재미있어 하는 재준이. 녀석의 웃음은 이후로는 이수봉까지 볼 수 없었다.

만경대를 향해 올라 가는 길. 이곳은 군부대가 있어 포장이 되어 있다.

슬슬 녀석의 표정이 일그러져 가고 있다.

석기봉에 올라가 보니 커플 한쌍과 바위위에서 아래의 풍경을 내려다 보고 계시는 분까지 세명이 있었다.

도대체 봉을 몇개나 찍고 있냐며 투덜대는 녀석. 오늘 네곳 찍었기 때문에 앞으로 4주는 등산을 안하겠다고 한다. 아들아, 이제 이수봉 한곳만 더 찍으면 된다.

이수봉을 거쳐 옛골로 내려와 늘 가는 할매집을 찾았다. 늘 묵사발이나 묵쌈을 먹었는데 손두부(6,000원) 메뉴가 추가되어 한번 시켜보았다.

힘든 산행을 끝내고 먹는 라면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14,000원으로 둘이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코엑스 서점이나 놀러 갈까 하고 물어 보니, 힘들어서 안간다고 할줄 알았는데 놀러가자고 한다. 이제 슬슬 고통을 이겨내는 재미를 알아 가는 것 같다.

살 책들을 고르고 있는데 누군가 어께를 툭 치는 것이었다. 돌아 보니 같이 아이폰 어플을 만들고 있는 양반이다. 약속을 해서는 일주일에 꼭 한두번 만나지만 이렇게 우연히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우연히 만났으니 그냥 헤어지기도 그렇고 가볍게 맥주나 한잔 하기로 했다. 1500cc로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해도 안졌는데 벌써 두 종류의 술을 마셨다. 집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던 동생과 함께 또 부어라 마셔라 하다가 술에 지쳐 잠이 들었다. 아무래도 술 마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산에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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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주 가족 모두 토요일이면 산을 찾고 있고, 어제도 예외없이 청계산으로 갔다. 재준이가 학교를 가는 토요일이라 점심을 먹고 출발해 옛골로 올라갔다 같은 곳으로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내려와서는 산에서 감자등의 간식을 먹었기 때문에, 할머니 막걸리집에서 저녁겸 가볍게 막걸리를 마시기로 했다. 할머니는 작년말에 왔는데 재준이와 나를 기억하셨다. 다섯명이기 때문에 묵쌈(5,000원), 묵사발(5,000원), 라면(3,000원)의 이집 메뉴 전체를 다시켰다.

아버지가 고령이시라 등산시 조금 걱정되기는 하지만, 같이 땀을 흘리고 걸으면서 가족들간의 유대관계는 더욱 좋아지는 것 같다. 다만 유즘 등산열풍으로 서울근교의 산들이 감당할 수없을 정도의 등산객들 때문에 견디기 힘든것 같은데, 나 역시 이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등산시 더욱 조심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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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에게서 이번주 일요일에는 친구네와 함께 과천으로 놀러 가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는 아줌마들끼리 약속을 잡으면 우린 그냥 동원되는 수밖에 없다.

작년에 청계산에 갔을 때, 과천쪽으로 내려갈까 하다가 시간이 안맞을 것 같아 그냥 내려온 적이 있다. 문득 이번에 실행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사람과 조카딸은 친구네와 함께 차로 오고, 나와 재준이는 원터골에서 올라가 과천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원터골에서 매봉으로 올라가는 2.2km의 길은 꽤나 가파랐다. 힘들게 올라왔지만 아직 반정도 올라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재준이는 망연자실해 앉아있다. 조금 쉬었다가 다시 힘을 내어 40분정도 올라가니 매봉에 도착했다.

매봉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니 서울시내가 한눈에 들어 왔다. 날씨가 화창하고 깨끗해 멀리 북악산과 일산지역까지 선명하게 볼수있었다.
지나가는 분에게 과천쪽으로 가는 길을 물어 보고 알려준대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한시간여 걸었을까 표지판도 없고 잘못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걸으니 표지판이 나왔는데 이런,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시 되돌아 가던지 아니면 그냥 옛골로 내려가서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했다. 잠시 고민후에 다시 되돌아 가기로 했다. 아래에서 기다리는 일행들을 생각해서 쉬지않고 속력을 냈다. 얼마를 가다 뒤를 돌아 보니 재준이가 눈물을 흘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힘이 들기도 하고, 밑에 있는 애들은 지금쯤 놀이기구도 타고 재미있게 놀고 있을 것인데, 내가 이 무슨 쌩고생인가 하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핸드폰 배터리도 나가고, 이왕 늦은 거 일단 혈읍재에서 한숨 돌리기로 했다. 재준이는 컵라면 하나 시켜주고 나는 막걸리 한사발을 마셨다.

한숨 돌리고 다시 과천을 향해 내려가는데, 이번에는 방향은 맞았지만 길을 잘 못들었다. 거의 짐승들이 다니는 길 정도로 윤곽만 있고 그나마 끊겨있는 경우가 많았다.

한여름에 숲속 한 복판을 헤치고 내려 가다 보니 우리나라 산속이 아니라 열대 정글에 와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시간 정도 내려오니 야영장을 지나 현대미술관이 나왔다. 음료수를 마시면서 앉아 쉬고 있는데 파란 하늘과 진한 초록의 시원한 광경이 눈에 들어 왔다. 오늘 나들이 나온 사람들은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쌩고생으로 재준이는 이제 해탈의 경지에 오른 것과 같은 표정을 짓는다. 일행을 기다리며 미술관 여기저기를 구경해 보았다.

일행과 합류해 조금 둘러본 뒤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가볍게 콩나물 국밥으로 저녁을 먹고 ,가족들은 들여 보낸 후에 친구녀석과 함께 근처의 술집에서 맥주를 한잔하고 헤어졌다. 나나 재준이에게 있어서는 기억에 남을 힘든 하루였다.

등산으로는 두번밖에 못가봤지만 청계산은 정말 매력적인 산인 것 같다. 급한 마음에 무리하게 산행을 했지만, 하루라도 빨리 비슷한 코스로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 어제 재준이의 일기 제목이 지옥훈련이던데 순순히 다시 갈려고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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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일요일에 청계산을 가기로 했었는데 어제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다가 집사람과 싸운뒤에, 분도 삭일겸 재준이만 데리고 충동적으로 청계산으로 향했다. 양재역 7번 출구를 나와 4432번 버스를 타고 종점인 옛골에서 내려 올라 갔다.


청계산은 처음인데 내가 올라간 코스는 가족끼리 오르기에 좋은 것 같다. 조금씩 쉬면서 1시간여를 올라가니 이수봉이 나왔다. 조금만 더가면 망경대(해발 618m)가 나오는데 초행길이고 오후 늦은 시간이라 다시 왔던길로 내려왔다. 다음에는 오전부터 시작해서 과천 서울대공원쪽으로 내려가 봐야 겠다.


옛골로 다시 내려와선 올라가면서 점찍어 놓았던 할머니 막걸리 집으로 들어 갔다. 메뉴는 묵사발과 묵쌈, 두부등이 있었다. 시원한 막걸리(5,000원) 한 주전자와 묵사발(4,000원)을 먹고 추가로 라면(3,000원)을 하나 먹고 나왔다. 라면은 청량고추를 넣어서 아주 매워서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선릉에 내려선 커피전문점에서 치즈케익 하나와 난 커피, 재준이는 레몬티를 하나 시켜서 먹고 왔다.

전화를 해 보니 오늘은 집에 남자들이 없어 어머니와 집사람도 나와서 외식을 하고 있었다. 마침 근처라 만나서 커피 한잔씩 하고 집으로 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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