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처가에 갔다가 다음날 아침부터 소주, 맥주, 양주로 이어지고, 이 속도로 계속 마시다가는 술병이 날 것 같아 술도 깰 겸 중랑천을 찾았다. 동서와 함께 재준이와 조카를 데리고 가면서 심심할 것 같아 스포츠 용품점에서 농구공을 하나 사서 갔다.

농구장에서 공을 던지고 있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이 와서 같이 게임을 하자고 한다. 늙어서 체력도 안되고 지금 술도 안깨어 있는 상태라고 고사를 하고 있는데 같이 간 동서가 냅다 그러자고 한다. 고등학교 때는 농구를 조금씩 했지만 그 뒤로는 거의 해 본적이 없는데다 술에 취해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데 무슨 농구를? 아무튼 내 의지와는 다르게 게임을 했고 3:3 반코트로 15골을 먼저 넣으면 끝내기로 했다. 후반으로 가자 머리의 혈압이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고 내리쬐는 햇볕과 함께 술이 확 올라 얼굴이 벌개지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과음 후 격한 운동은 절대 사절.

다음날에는 재준이와 함께 배드민턴을 치기위해 대치 유수지 체육공원으로 갔다. 전날 산 농구공도 가져갔다. 한켠에서 아들녀석과 공을 던지며 놀고 있는데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청년 한명이 우리쪽으로 걸어 온다. 술은 안취했지만 오늘은 절대로 젊은 애들과 농구하면서 몸 축내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을 했다.

청년이 "같이 3:3 농구 하실래요?" 하고 물어 보길래 늙어서 체력도 없고 아이가 같이 하기에는 너무 어려서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몇살인데요?"
"열세살"
"괜찮아요. 저도 열네살이에요"

키가 175cm 정도 되고 얼굴도 삭아(?) 고등학생쯤으로 생각했는데 중학교 1학년이라니. 어쨋든 또 엮여서 초등학생 아들녀석, 중/고/대학생과 40대 중년인 나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여 농구를 했다. 역시 애들이라 그런가? 또 쉬는 시간이 없다. 그래서 또 막판에는 숨 넘어 가는 줄 알았다. 앞으로는 절대로 농구장에 얼쩡거리지 말아야 겠다.

고등학교때는 즐겨 했지만 농구를 안한지 20년이 훨씬 넘은 것 같은데 다시 해봐도 역시 농구는 나같은 숏다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종목이다. 땅바닥에서 공과 함께 굴러 다닐 수 있는 축구가 낫다. 그러고 보니 남의 동네 조기축구회에 가입해서 몇번 차 본 뒤로 안해본지 10년이 되어 가는 것 같다. 파란 하늘 뜨겁게 내리쬐던 태양 아래서 공을 차며 심장이 터질듯이 뛰어 다니던 어린시절과 그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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