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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11 2008년 6월 10일 광화문에서...

요새는 고등학교 동창들과 술자리가 많았다. 저번주, 이번주 월요일, 어제 각각 다른 녀석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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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좀 특이한 자리였다. 87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6.10 항쟁에 참여했던 녀석과 만나서 광화문으로 향했다.

지하철역에서 내린 후에 시간이 어중간할 것 같아 모주 한잔과 콩나물 국밥을 먹었다.

7시쯤 집회장소에 도착했는데 사진에서 보던대로 컨테이너 박스들이 길 전체를 막고 있었다. 복잡한 광화문 쪽을 피해 시청 앞에 사람들이 자리잡고 있길래 우리도 그쪽으로 향했다. 가까이 갈수록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음... 자리를 잘 못 잡았다. 보수단체들의 집회였다. 잠시 참가자들을 둘러 보았는데 대부분 고령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었다. 세대차이인가? 촛불이 정말로 제 집을 태울까봐 걱정하시는 것일까?

친구 녀석과 다시 광화문 쪽으로 가 연단이 잘 보이는 앞부분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그때까지 피켓을 들고 있지 않았는데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가 '이명박 OUT'이란 피켓을 주었다. 사실 난 '대운하 반대'란 피켓을 찾고 있었다.

이번 촛불집회에서 유명해진 국악고의 이연우양과 한승수 총리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던 고대 여학생도 나왔다. 둘다 여려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많은 사람들 앞에서 딱부러지게 이야기하는 당찬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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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론 가수 안치환이 올라 왔다. 젊은 시절 부터 수도 없이 불렀던 '광야에서'를 직접 듣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뒤이어 영화배우 문소리, 가수 양희은도 올라왔다. 중간에 정운천 장관도 와서 발언을 원했으나 그냥 돌아 갔다.

중간에 이한열 열사의 영정이 올라 오고 그의 어머님과 고문으로 치사한 박종철 열사의 아버님도 연단에 올라 오셨다. 내가 이 집회에 참석하기로 마음 먹은 중요한 이유중 하나는 21년전 이 날, 이 자리에서 독재에 맞서 목숨바쳐 투쟁한 분들에게 감사 드리기 위해서이다.

학창시절 자주 보던 사진들이었지만 십수년이 흐른 후에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자리를 지키다 지하철이 끊길 시간이 될 때쯤 자리를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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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을 향해 걷다 보니 이곳은 낙지와 골뱅이의 무교동... 친구 녀석과 속성으로 맥주 한잔 마시기로 하고 골뱅이집으로 들어 갔다.

역시나 일반 생맥주집 골뱅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아주 맛있게 먹고 집에 돌아 가기 위해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 났다. 지하철 역으로 가보니 집회를 마치고 귀가하는 사람들로 인해 출근시간 처럼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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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은 촛불집회를 나갈 일이 없을 것이다. 정부에게 충분한 경고와 불만 표시를 한 것 같다. 이제 시간을 주고 그들의 대처를 지켜보기로 했다.

다시는 나갈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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