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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0 힘들었던 청계산 산행

집사람에게서 이번주 일요일에는 친구네와 함께 과천으로 놀러 가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는 아줌마들끼리 약속을 잡으면 우린 그냥 동원되는 수밖에 없다.

작년에 청계산에 갔을 때, 과천쪽으로 내려갈까 하다가 시간이 안맞을 것 같아 그냥 내려온 적이 있다. 문득 이번에 실행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사람과 조카딸은 친구네와 함께 차로 오고, 나와 재준이는 원터골에서 올라가 과천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원터골에서 매봉으로 올라가는 2.2km의 길은 꽤나 가파랐다. 힘들게 올라왔지만 아직 반정도 올라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재준이는 망연자실해 앉아있다. 조금 쉬었다가 다시 힘을 내어 40분정도 올라가니 매봉에 도착했다.

매봉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니 서울시내가 한눈에 들어 왔다. 날씨가 화창하고 깨끗해 멀리 북악산과 일산지역까지 선명하게 볼수있었다.
지나가는 분에게 과천쪽으로 가는 길을 물어 보고 알려준대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한시간여 걸었을까 표지판도 없고 잘못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걸으니 표지판이 나왔는데 이런,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시 되돌아 가던지 아니면 그냥 옛골로 내려가서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했다. 잠시 고민후에 다시 되돌아 가기로 했다. 아래에서 기다리는 일행들을 생각해서 쉬지않고 속력을 냈다. 얼마를 가다 뒤를 돌아 보니 재준이가 눈물을 흘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힘이 들기도 하고, 밑에 있는 애들은 지금쯤 놀이기구도 타고 재미있게 놀고 있을 것인데, 내가 이 무슨 쌩고생인가 하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핸드폰 배터리도 나가고, 이왕 늦은 거 일단 혈읍재에서 한숨 돌리기로 했다. 재준이는 컵라면 하나 시켜주고 나는 막걸리 한사발을 마셨다.

한숨 돌리고 다시 과천을 향해 내려가는데, 이번에는 방향은 맞았지만 길을 잘 못들었다. 거의 짐승들이 다니는 길 정도로 윤곽만 있고 그나마 끊겨있는 경우가 많았다.

한여름에 숲속 한 복판을 헤치고 내려 가다 보니 우리나라 산속이 아니라 열대 정글에 와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시간 정도 내려오니 야영장을 지나 현대미술관이 나왔다. 음료수를 마시면서 앉아 쉬고 있는데 파란 하늘과 진한 초록의 시원한 광경이 눈에 들어 왔다. 오늘 나들이 나온 사람들은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쌩고생으로 재준이는 이제 해탈의 경지에 오른 것과 같은 표정을 짓는다. 일행을 기다리며 미술관 여기저기를 구경해 보았다.

일행과 합류해 조금 둘러본 뒤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가볍게 콩나물 국밥으로 저녁을 먹고 ,가족들은 들여 보낸 후에 친구녀석과 함께 근처의 술집에서 맥주를 한잔하고 헤어졌다. 나나 재준이에게 있어서는 기억에 남을 힘든 하루였다.

등산으로는 두번밖에 못가봤지만 청계산은 정말 매력적인 산인 것 같다. 급한 마음에 무리하게 산행을 했지만, 하루라도 빨리 비슷한 코스로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 어제 재준이의 일기 제목이 지옥훈련이던데 순순히 다시 갈려고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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