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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30 용대 자연휴양림 4

지난 금요일 오전에는 저번달에 예약해 놓은 용대 자연휴양림을 가기위해 동서울 터미널에서 원통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오랫만에 군인들을 많이 보게 생겼다.
 
오덕후 아들녀석은 창밖의 수려한 경치는 관심없고 뉴타입의 미소녀들을 보는라 정신이 나갔다.

이곳에 사는분들에게는 별 감흥이 없을수도 있겠지만 도시에 사는 나는 창밖의 경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과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끼며 절로 감탄이 나왔다.

예상과는 달리 거의 한시간 반만에 도착을 했다. 원통에 내려서는 진부령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전까지 시간이 남아 바로 앞의 중국집으로 갔다. 군인들이 많아서 그런지 짬뽕 그릇의 크기와 내용물이 장난이 아니었다. 안주가 좋아서라는 핑계로 이과두주 한병을 시켜본다.

휴양림 관리사무실 앞의 계곡. 오랫만에 깨끗하고 맑은 물을 눈앞에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탱크와 자주포가 있길래 재준이의 사진을 찍었다. 알고보니 이곳이 96년 무장공비들과 일대 교전이 있던곳으로 남은 2명이 사살된 곳이다. 아군측에도 사상자가 있어 이를 기리는 기념비가 있었다. 당시 부상을 입으신 분은 상당비용을 자비로 치료하였다고 들었는데, 이런 기념비를 보니 기분이 묘해졌다.

우리가 묵게될 숙소다. 금요일은 휴양림 전체 이용객이 우리밖에 없었다. 휴양림 앞의 관리사무소에선 버스를 타고 왔다고 하니 직원분이 차를 태워주겠다고 한다. 어차피 걸으러 나온거니 괜찮다고 사양하고 올라갔다. 하지만 조금을 걸으니 차를 가지고 와주셔서 할 수없이 숙소까지 타고 올라갔다. 올라 가면서 보이는 계곡이 예술이다. 아, 천천히 구경하면서 걸어 오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지만 아직 기회가 많으니...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와 한바퀴 돌아 보기로 했다. 휴양림내에 있는 민가에서 키우는 개인데 이개는 우리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지나가면 앞장서서 길 안내를 해준다. 우리는 황선생이라 부르기로 했고 나와 재준이가 계곡을 따라 걸으니 자신도 물속으로 들어 온다.

11월 계곡물이라 많이 찼다. 여우같은 녀석이 내가 웃는게 웃는것이 아니란 표정으로 내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계곡물때문에 점심때 이과두주를 먹고 남아있던 술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곳의 계곡들은 정말 좋았다. 가뭄에 이정도 물이있고 경치가 좋으니 여름철 물놀이 장소로는 최적일 것 같다. 직원분의 말을 들어봐도 여름엔 텐트를 치는 데크를 새벽 1시에 정문에서 예약을 해도 사람들이 줄을 서있을 정도라고 한다. 난 포기해야 겠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을 때와서 이런데서까지 삼겹살 냄새를 맡고 싶지 않다.

첫번째 메뉴는 된장찌게와 불고기다. 본래 우리집 전통은 나오면 남자가 한다인데, 내가 하는 것보다는 집사람이 훨씬 나으니 난 오로지 짐만 많이 들기로 했다. 

어찌하다보니 휴양림 전체를 전세를 내게되어 저녁을 먹고나와 숙소옆의 쉼터를 독차지하면서 티타임을 가졌다. 물론 나는 차대신 맥주를 마셨다. 들어와선 뒹굴뒹굴 티비를 보고 맥주를 마시다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은 밖에서 해먹을 수 있는 가장 만만한 메뉴중 하나인 카레다.

폐인아들답게 하루만에 급초췌해진다. 뒤에는 휴양림 입구의 슈퍼에서 산 카스와 맥스가 나란히 빈병으로 남아있다.

간간히 눈발이 날린다. 창문을 열어보니 앞산에 눈이 점점 쌓여가고 있다. 저 산은 날 부르지만 불행히도 산불조심기간이랑 등산이 금지되어 있어 오를 수가 없다. 뭐 오를래면 오를수야 있겠지만 하지 말라는 일 궂이 할 펼요가 없다. 그 산좋은 강원도에서 2박 3일동안 눈앞에 보이는 산들의 유혹을 떨쳐내기는 정말 괴로웠다.

원래 계획은 백담사 셔틀이 다니는 입구까지 걸어 가는 것이었다. 숙소를 나와 내려 갈려고 하는데 직원분과 마주쳤다. 내려 가는 길이니 또 태워주신다. 그런데 관리사무소에서 차를 세우지 않고 백담사 입구까지 태워주시고 밥이나 같이 먹자고 말씀드렸는데 그냥 휙 사라지셨다. 오늘 스케줄에 혼란이 왔다. 휴양림을 나와 걷다가 황태 식당들이 모여있는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백담사로 걸어 올려고 했는데 오전 11시도 안되어 와버렸다.

점심이나 일찍 먹자고 하고 근처의 황태집으로 들어가 황태찜과 동동주를 하나 시켰다. 시간도 많이 남고 동동주를 하나 더 시켜서 천천히 먹다 나왔다.

백담사를 올라가는 계곡이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처음보았는데 탄성이 절로 나왔다. 올라가는 내내 계곡쪽에 눈을 땔 수가 없었다.

백담사앞의 계곡. 물이 많지 않았지만 정말 자리하나는 기가막힌 곳에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담사내에선 어머니께 드릴 부처님상을 하나 사고 찻집에서 차를 마셨다. 물론 난 알콜이 없기 때문에 안마셨다.

휴양림으로 들어서는데 직원분께서 또 태워 주신다고 하신다. '제발 걷게 좀 해주세요'라고 사정(?)을 하고 사간 박카스 한박스를 드렸다. 계곡 경치 감상하면서 잘 가고 있는데 승용차 하나가 옆에 서더니 타라고 한다. 옷들이 흙도 묻고 비로 인해 젖어 있어 차가 더러워질텐데 참 감사한 분들이다. 하지만 감사하단 말씀만 드리고 계속 걸어 올라갔다.

비를 맞고 다녔더니 얼큰한 라면이 생각나 안주용으로 참치를 가득넣고 라면을 끓였다. 둘 다 안먹는다고 했지만 꼭 끓여 놓으면 먹기 때문에 2개를 끓였다. 역시나 끓여 놓으니 젓가락을 들고 달라 붙어 맛있게 먹는다.

집사람과 재준이는 티비를 보고 난 사가지고 간 막걸리 한통으로 마무리하고 잠이 들었다.

마지막날 아침 메뉴는 어렸을때 보이스카웃에서 캠핑가면 단골메뉴인 꽁치 김치찌게다. 한끼 3분카레, 또 한끼는 라면, 마지막은 꽁치찌게가 거의 FM. 꽁치 넣고 김치 넣고 파나 양파만 넣으면 되니 초등학생도 쉽게 만들 수있다.

아침을 먹고 방을 정리하고 나니 직원분들이 친절하게도 버스시간에 맞추어 차를 가지고 올라 오셨다. 차 시간이 조금 남아 사무실에서 커피도 주셔서 맛있게 먹고 나왔다.

처음 입구에 오자마자 우리를 반겨주었던 멍멍이가 끝까지 우리를 바래다 준다. 처음엔 무슨 핏볼테리어 같은 녀석이 아닌가 경계했었는데 아주 붙임성이 많은 녀석이다. 근육질의 퉁퉁한 몸으로 부딪혀 올때는 제법 무게감이 느껴진다.

반대편인 원통으로 다시나와 속초로 향했다. 내가 운전해서는 몇번을 넘었지만 고속버스를 타고 처음 넘어본 한계령. 과연 내가 이전에 넘었던 곳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절경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확실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좋다. 시골 시내버스에서 관광이나 맛집 정보들도 얻고 그 지역분들과 직접 대화도 나눌수 있다. 무엇보다 직접 운전할 때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으니 좋다.

속초에 내려 수산시장에서 먹을까 대포항을 갈까 고민하다 그래도 왔으니 바다라도 보고 먹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대포항으로 향했다.

잡어 2만원짜리 하나 시키고 조개구이 만원어치를 시켰다. 다 좋은데 간만에 좋아하는 안주를 본 내가 여기서 너무 과하게 마셨다. 강릉을 가는 버스에서 그만 내내 자버렸다.

8시 반쯤되어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앞의 포장마차에서 우동과 떡볶이로 간단히 요기를 했다. '아줌마, 소주 있어요'라고 물어보니 없단다. 다행이다.

예닐곱군데의 휴양림을 다녀보고 이런 이야기를 하기 그렇지만 용대 자연휴양림은 전국에서 가장 친절한 휴양림일 것이다. 내년 매봉산 등산이 가능해질 때, 반드시 다시 한번 더 찾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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