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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11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어머니가 먼저 읽고 추천해주신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란 책을 읽어 보았다. 이야기하신지가 좀 되었는데 어제 우연히 눈에 뜨여 읽었다. 주장하는 내용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탐욕의 시대', '어플루엔자'등과 비슷하다.

하지만 피에르 라비는 알제리에서 태어난 아프리카 사람이며 검소하고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농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다른 책의 저자들과 차이가 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은 인자하고 성실해 보이는 인상으로 한눈에 보기에도 천생 농부로 보이는 피에르 라비의 외모와 같이 딱딱하지도 않고 커피 한잔 마시며 시골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돌아 보게 하고 비교할 수 있는 몇가지 내용들도 있었다.

코코아의 생산자는 판매가격의 1%정도의 수익을 보상 받는다고 한다. 애플 앱스토어를 놓고 보면 나도 어떤 의미에선 생산자다. 그곳에선 수익의 30%는 애플이 나머지는 70%는 생산자에게 돌아간다. 앱스토어에 올린 어플중에는 컨텐츠 제공자에게 다시 반정도의 수익을 제공해야 하는 것들도 있다. 이는 소작농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애플은 코코아의 유통/판매업자와 비슷한 일을 한다. 유통/판매를 할 수 있는 앱스토어를 구축해놓고 편리하게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과 네트워크 트래픽도 제공한다. 그리고 생산품을 만들 수 있는 수단과 자료도 제공한다. 겉으로 보기엔 잘 들어나지 않지만 코코아 유통/판매업자들에 비해 맡고 있는 일들이 적지는 않다. 우연히도 아이폰 SDK의 근간을 이루는 프레임워크의 이름도 코코아다. 1%가 다시 가공된 가공품을 의미하는지 코코아 자체를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생산자로서 생산자가 1%의 수익을 갖는 다는 것은 참으로 화가 나는 현실이다.

미국의 인디언들에 관한 재미난 실화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미국인 부부가 시장에서 의자를 만들어 팔고 있는 인디언 노인에게 의자 가격을 물으니 50달러라고 했다. 가격에 만족해 다섯개를 더 만들어 달라고 하고 300달러를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노인은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이 의자를 만들 때 나는 매우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이것과 비슷한 것을 다시 만들려면 그 기쁨은 줄어들 것입니다. 세번째 것을 만들 때는 두말할 것도 없고요. 그러니까 매번 가격은 두배로 올라갑니다."

소프트웨어를 만들때 드는 느낌이랑 이렇게 일치할 수가 있을까? 하지만 불행히도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만하지 구매자에게 위와 같이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 오히려 비슷하게 여러개를 만들면 가격은 훨씬 더 낮춰줘야 할 것이다.

책 중간에 나오는 시 하나다. 시를 읽을줄 모르지만 이 시는 왠지 마음 깊게 와닿는다.

아름다운 조개는 바닷가에 있고.
파도의 거품이 조개 속
진주를 반짝이게 했다.
나는 그 바다의 보물을
집으로 가지고 왔다.
그러나 그것은 초라하고
보기 싫은 하찮은 물건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태양과 모래와
파도 소리와 함께
바닷가에 그것의
아름다움을 두고 왔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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