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집에서 전혀 쓸데없는 3인, 나, 재준이, 그리고 조카 주희를 데리고 선릉으로 갔다. 햇볕은 뜨거웠지만 바람이 있어 그늘 벤치가 좋을 것 같아서였다.

들어가자마자 바깥쪽으로 한바퀴를 돌았다. 초딩 2, 5의 대화에 동참할려니 아주 힘든 시간이었다.

자리를 잡고 책을 보다가 출출해져 매점으로 가서 컵라면을 먹었다. 이런데서 먹는 컵라면은 정말 맛있다. 둘이서 나누어 먹으라고 했는데, 뜨거운 것을 못 먹는 주희가 너무 불리한 것 같아 즉석 접시를 만들어 내 피 같은 면도 좀 주었다.

조금 더 책을 보다 갈려고 했는데 불청객이 나타났다. 몇살이냐고 물으니 주먹을 쥐었다 힘들게 손가락 두개를 펴보인 이 아이는 내가 읽던 책을 가르키며 "이게 머에요?"하고 물어 보았다. 나는 대답했다. "책"

"채"하고 따라하더니 다시 책의 다른 귀퉁이를 가르키며 물었다. "이게 머에요?", "서적". 또 "서저"하며 따라 하더니 다시 다른 쪽을 가르키며 "이게 머에요?", "북"

"부. 이게 머에요?"
"야, 너 엄마가 찾더라"

아이를 때어 버리기 위해 슬쩍 거짓말을 흘렸다. 녀석은 꿋꿋하게 "이게 머에요?"하고 여전히 책을 가르키고 있었다. 정말 왕성한 호기심을 가진 것인지, 할줄 아는 말이 그거 하나인건지 혼돈이 왔다.

"야, 저쪽 형이랑 누나한테 가봐. 저긴 그림도 있고 더 재밌어"

일단 이 아이에 대한 처리를 초딩들에게 맡겼다. 조금 있으니 초딩들이 아이에게 "이게 뭐게?"하고 물어 보는 상황이 되었다. 역시 처리를 넘긴건 잘생각한 것 같다. 아이는 사람은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중에 하나를 대답하고, 그외의 모든 대답은 로보트였다.

세분들의 대화를 10여분 듣고 있으니 너무나 어려워 도저히 견딜 수도 없고, 저녁을 먹기위해 선릉을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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