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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1 그냥 기분 좋은 오후

오늘은 어찌하다 보니 점심을 혼자 먹게 되었다. 날도 더우니 모밀이나 먹을까 하다가 오랫만에 라면을 끓여 먹기로 마음 먹고 집으로 갔다. 몸도 정신도 좀 아리까리 한 것 같아서 매운 라면을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먹은 후에 찬물에 시원하게 샤워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냉장고를 뒤져 파, 양파, 청량고추, 호박, 신김치등을 확보했다. 에어콘, 선풍기도 안킨 상태에서 냄비 두개를 가스렌지에 올렸다. 면의 기름기를 빼기위해 다른 냄비에서 잠시 끓인후 넣기 위해서다. 야채들을 뜨거운 불 옆에서 다듬고 있자니 땀이 흘러 내렸다. 면을 후다닥 건져서 다른 쪽 냄비에 넣으면서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먹기전에 한방 날리고 맛을 보았다. 청량고추 덕분에 화끈하게 맵고 국물이 시원했다. 하지만 이제 땀은 비오듯이 흘러 내린다. 마지막으로 밥 한공기를 넣어서 말끔하게 그릇을 비웠다.

라면 치고는 냄비 2개, 국자, 주걱, 그릇, 밥공기, 채, 칼, 도마등 설겆이 거리가 조금 되었다. 일단 보일러를 온수전용으로 틀었다. 뜨거운 물이 잘 닦이기도 하지만 화끈하게 땀을 내기 위해서다. 설겆이를 끝낸 후에 나의 모습은 라면 하나 끓여 먹은 놈이 아니라 어디 단축 마라톤이라도 뛰고 온 사람 같았다.

이제 기다리던 그 시간이 왔다. 화장실로 가서 찬물로 시원하게 샤워를 했다. 뽀송뽀송한 옷으로 갈아 입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 오는데 기분도 상쾌하고 머리도 빠릿해진 것 같다. 그냥 단지 라면 하나를 끓여 먹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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