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가
감독 빔 벤더스 (1985 / 독일,미국)
출연 류 치슈,베르너 헤어조크,아츠타 유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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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를 많이 보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좋아하는 일본 감독은 오즈 야스지로다. 하지만 그의 영화중에 본 것은 동경이야기, 꽁치의 맛, 가을 햇살 세편 밖에는 없다. 그리고 또 좋아하는 감독중 한명인 빔 벤더스. 좋아하는 감독이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감독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그 감독 역시 나도 좋아하니 당연히 재미있게 볼 수 밖에 없다. 1983년 오즈 야스지로 사망한지 20년이 지나서야 빔 벤더스는 그의 영화속의 동경을 방문하여 빔 벤더스의 눈으로 본 동경의 풍속과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벚꽃이 흐드러진 공원, 빠찡코, 골프 연습장, 음식모형을 제조하는 공장 등...

가장 인상 깊었던 모습은 하라주쿠와 같은 거리에서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카세트 테이프를 틀고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이다. 그 시절 즈음에 한국에서 간혹 신문, 잡지와 TV등에서 보았던 모습이 생각났다. 잘 어울리지 않는 넘겨 빗은 올백머리에 가죽 점퍼와 청바지는 마치 그리스의 존 트라볼타의 패션을 그대로 흉내낸 모습으로 보인다. 점퍼 뒤에는 뉴욕, 록큰롤등 영어가 적혀 있고 서양 팝송을 들으며 춤을 추고 있는 모습들. 현재 침체된 일본경제 아래에서 50대를 보내고 있을 이들은 과거 고도의 일본경제 아래에서 보냈던 추억이 더욱 화려했던 청춘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즈 야스지로에 대한 경외심으로 동경을 찾은 만큼 그와 함께 작업 했던 배우 류 치슈와 카메라 감독 아쓰다 유하루를 만나 인터뷰를 한다. 그들은 오즈 야스지로에 대해 무한한 존경을 나타내며 그와 함께 작업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감사하고 있었다. 훌륭한 감독이었을 뿐만 아니라 좋은 리더였던 것 같다.

화려하고 세련된 영상과 숨가쁘게 긴장감으로 몰아 부치는 자극적인 요즘 영화들도 재미있긴 하지만... 정적인 잔잔함으로 주변의 이야기들을 그려내는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들이 보고 싶어진다. 불꺼진 방에서 그의 영화와 함께 소주 한병을 놓고 천천히 마셔가며 느긋함과 따스함을 느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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